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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인텔의 길을 가는가? - 삼성전자의 위기 1편

theblnc 2024. 10. 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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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정말 망한 걸까?

인텔 이야기가 나와서, 다들 "인텔 망했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인텔이 정말 망한 걸까요? 이게 생각보다 애매합니다. 2023년 인텔의 매출을 보면,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나쁘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만 해도 각각 120억 달러 이상이었어요. 한국 돈으로 치면 15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매출로만 보면 인텔이 여전히 AMD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높죠.

그럼 점유율은 어떨까요? CPU 시장에서 인텔은 여전히 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MD는 25% 정도죠. 이렇게 보면 "인텔 아직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인텔 망했다 망했다 하는데 아직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잖아?"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인텔의 문제 : 매출은 있지만 성장성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인텔이 매출은 높아도 성장성이 멈췄다는 것이에요. 인텔의 매출이 잘 나오긴 하지만, 2021년에 비해 올해 매출이 30% 줄어들 전망입니다. 매출만 크다고 해서 성공적인 기업이 아니란 거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인텔의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무려 55%나 떨어졌습니다. 인텔이 AMD보다 매출이 두 배 이상 높은데도, 시가총액은 오히려 AMD가 2.8배 더 큽니다. 이것은 **시장에서 AMD는 '미래가 있는 회사'**로 보고 있고, **인텔은 '미래가 없는 회사'**라고 평가하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인텔과 같은 위기인가?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너는 삼성전자가 인텔처럼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는 거냐?" "네가 무슨 삼성전자 임원이야?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해?"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겠죠.

근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해요. 삼성전자는 이미 스스로 위기라고 선언했습니다. 바로 어제,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사과문까지 뉴스룸에 올렸습니다. 그 내용이 뭐였냐면,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쳤습니다." 이 정도면 진짜 위기가 맞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죠. 삼성전자가 항상 위기라고는 하지만,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사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에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했어요. 원래도 삼성전자는 항상 "우리는 위기다,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해온 회사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의 불만과 노조의 성장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도 상당히 안 좋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 보면, 삼성전자 직원들이 리더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어떤 직원은 임원에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썼다는 소식도 있고, MZ 세대가 관리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있죠.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삼성전자 내부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과거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죠. 그런데 올해 7월,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55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1만 명을 넘었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그 수가 올해 3월에는 2만 명을 넘어섰고, 7월에는 3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9월에는 무려 3만 6천 명까지 증가했어요. 삼성전자 직원들 중 10명 중 3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노조에 관심 없던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제는 대거 가입하기 시작한 걸 보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 크게 쌓였다는 증거겠죠.

 

삼성전자 직원들은 왜 화가 났을까?

그렇다면 삼성전자 직원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2023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1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물론, 이 금액만 보면 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급여도 2022년에 비하면 줄어든 금액입니다. 2022년에는 평균 급여가 1억 35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1% 감소한 겁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성과급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1월에 '초과이익 성과급(OPI)'를 지급합니다. 각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치를 넘으면,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직원들에게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하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반도체 부문에서는 이 성과급이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2022년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적자 15조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에요. 돈을 못 벌었으니 성과급이 없었다는 건 당연한 결과죠. 삼성전자 노조에서도 이 부분은 인정했습니다. "회사가 이익이 나지 않는데 성과급을 달라는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으니까요.

 

임원들은 왜 수억 원씩 받아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직원들이 화가 나는 이유는, 임원들은 여전히 수억 원의 장기 성과 인센티브(LTI)를 받아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원들의 OPI는 0원이었지만, LTI는 3년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2023년이 안 좋았더라도 2021년과 2022년 성과가 좋아서 수억 원씩 받았다는 거죠. 직원들은 이 부분에서 "고통 분담이라면서 임원들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OPI의 산정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어요. 초과이익 성과급인데, 이 '초과이익'을 EVA(Economic Value Added)라는 경제적 부가가치 지표를 기준으로 합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비용을 뺀 값으로, ROA(총자산 순이익률)나 ROE(자기자본 순이익률)보다 훨씬 복잡한 지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EVA 값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를 회사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사는 EVA 값을 노조에 알려주지 않고 그냥 통보만 합니다. "올해는 몇 %, 얼마 나왔다"라고만 알려주는 식이죠.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는 "내년에는 성과급 50%를 받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되는 영업이익 목표치가 29조 원입니다. 그런데 2023년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을 합쳐도 겨우 13조 4000억 원입니다. 나머지 4분기에서 15조 6000억 원을 벌어야 50%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할까요? 삼성전자가 아니고 엔비디아면 모를까요. 엔비디아는 한 분기에 25조 원도 벌 수 있는 회사니까요.

이렇게 성과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되자, 삼성전자 직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단결을 외치는 상황입니다. "단결! 투쟁! 이재용 나와라!" 이런 구호가 나오는 거죠.

 

삼성전자의 위기, HBM에서 비롯되다

이 모든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HBM(High Bandwidth Memory) 때문입니다. HBM은 기존 DRAM보다 훨씬 빠르고 성능이 뛰어난 메모리인데, 삼성전자가 이 HBM 시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AI와 같은 고성능 데이터 처리 시대에 HBM은 필수적인 메모리가 됐죠. HBM은 가격도 비싸고, 수익성도 DRAM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중요한 시장에서 하이닉스에 밀리고 있습니다.

 

HBM이란 무엇인가?

HBM이 뭔지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CPU와 GPU가 공장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려면 창고에서 원료를 가져와야 하죠? 그 창고가 메모리입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서, 공장에 원료를 빠르고 많이 날라줘야 합니다. 이때 창고와 공장이 가까울수록, 창고가 커질수록 더 좋겠죠? 그리고 도로도 넓고, 차량도 빠르면 좋을 거예요. 이게 바로 HBM이 하는 역할입니다.

기존 DRAM은 창고를 여러 군데에 분산시켜야 했고, 도로도 좁았습니다. 반면 HBM은 창고를 한 곳에 쌓아 올리고, 도로도 1024차선으로 만들어서 훨씬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대신 성능이 월등히 좋죠.

 

삼성전자는 왜 HBM에서 밀렸을까?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 개발에서 하이닉스에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이닉스는 2013년에 HBM을 처음 개발했고, 이후 꾸준히 발전시켜왔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9년에 HBM 개발팀을 축소하고 해체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HBM 시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거죠. 그러나 AI와 고성능 컴퓨팅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고, 삼성전자는 뒤늦게 이 시장을 따라가려다 기술 격차가 벌어진 겁니다.

하이닉스는 올해 5월, 5세대 HBM3E의 수율이 80%에 육박한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9월에야 겨우 5세대 HBM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추정만 나왔습니다. 하이닉스는 이미 3월부터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납품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6개월이나 뒤처진 상황입니다.

삼성전자가 HBM 기술에서 뒤처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항상 기술적으로 앞서갔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따라가는 입장이 된 거죠. 이로 인해 HBM 시장에서 밀리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겁니다.

 

HBM 외에도 문제가 많은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전자 내부의 위기는 HBM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회사 내부 분위기 악화가 겹치면서, 삼성전자는 지금 진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죠. HBM에서 밀리는 것이 삼성전자가 처한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외에도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인텔처럼 미래가 불확실한가?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삼성전자가 인텔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회사"로 평가받을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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