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에 주택 청약에 당첨됐어!
평균 경쟁률이 30대 1 정도였는데, 모델하우스 직원이 그러는데 내가 그 단지에서 비공식 최연소 당첨자라고 함.
"아직 20대인데 청약 당첨이 가능해?" 하고 주변에서 다들 놀라더라.
어떤 친구는 건설사에 빽 있는 거 아니냐고 농담도 하고. 사실 내 스펙이 20대, 미혼, 무자녀에 청약 점수도 고작 9점이라 그런가 봐.
청약 점수가 84점 만점인데, 이게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유지 기간, 부양 가족 수 이런 거 다 따져서 높은 순으로 뽑거든.
근데 난 청약통장 유지 기간도 짧고, 독립해서 부양 가족도 없어서 점수가 낮았어.
특히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부터 계산되니까 그 부분은 아예 0점이었지.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반 공급 추첨제', 일명 '뺑뺑이'였어. 점수로 승부하기 어려우니까 그냥 운에 맡긴 거지.
청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청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솔직히 좀 서글픈 이유야. 회사랑 집이 멀어서 취업하고 바로 자취를 시작했는데, 혼자 사는 게 쉽지 않더라고. 집세도 부담인데, 집주인이랑 크고 작은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어.
특히 혼자 사니까 퇴근도 늦고 그래서 집 구할 때 건물에 CCTV 있는 걸 제일 중요하게 봤는데, 두 번째 집은 이사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CCTV가 고장 나버린 거야. 집주인 가족이라는 빌라 관리인한테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연락도 안 되고. 복도 비상등까지 고장 나서 밤에 집 들어갈 때마다 무서웠어.
회사 동료들한테 말했더니, 내가 사회초년생이라 집주인이 대수롭지 않게 보는 거라면서 부모님께 연락해보라는 조언을 하더라. 근데 나도 법적으로 성인인데, 여기서 얼마나 더 어른이 되어야 하나 싶었지. 내 이름으로 대출받아서 계약한 집인데, 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억울했어.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정신적으로 너무 지치는 거야. 빌라 전세 사기 뉴스도 자주 나오고, 혹시 집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늘 불안했어. 집주인이 내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기부등본을 주기적으로 떼어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야근 중인데 빌라 관리인한테 전화가 왔어.
"30X호 맞으시죠? 빨리 좀 집에 와주셔야겠어요."
급하게 집에 갔더니 거실 바닥에 물이 찰랑거리고,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거야. 4층에서 시작된 누수로 우리 집이랑 아래층까지 피해를 본 거지. 집이 물바다가 된 것도 황당한데,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았어. 가전제품이랑 가구 다 못 쓰게 됐는데 집주인은 보상에 소극적이고, 보험사도 손해 안 보려고만 하고. 결국 고양이 캣타워 값 30만 원 받은 게 전부였어.
집 계약 기간도 남았고 세입자 입장이라 웬만한 문제는 참고 살았는데, 이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내가 이 집에서 살 권리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는데, 내 재산을 지킬 수 없다니.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또 피해를 봐야 하나 생각하니 화가 났어. 집주인이 고용한 도배업자는 아직 마르지도 않은 천장에 벽지를 대충 붙이고 가고, 진짜 정이 뚝 떨어졌지.
청약 당첨의 순간
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다행히 지금은 청약 특별공급 제도가 개편돼서 1인 가구도 생애 최초 전형에 지원할 수 있지만, 그때는 미혼 청년은 당첨 확률이 거의 없었거든. 그래도 일반 공급 추첨제가 바늘구멍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연금복권 사는 심정으로 청약홈에 접속했어. 절박했지.
마침 내가 사는 시의 청약 공고가 떴는데, 일반공급 추첨제더라고. 접수 절차도 생각보다 간단했어. 제출해야 할 서류도 없고, 무주택자인지, 세대주인지 몇 가지 체크만 하면 되더라고. 매주 복권 번호 고민하는 것보다 더 빨리 신청이 끝났어. 몇 주 뒤 아침 8시에 청약 당첨 문자가 온 거야.
"[Web발신] 김*영님 XX아파트 X동 X호에 당첨되셨습니다."
처음엔 스팸인 줄 알고 무시했다가, 출근 준비하면서 다시 보니 진짜더라고. 은행에서도 축하 문자가 오고, 청약통장은 앞으로 못 쓴다는 설명도 있었어. 그는
아파트 계약 과정
모델하우스 방문 예약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갔어. 당첨자 증빙 서류를 내야 했거든. 청약 신청할 때 서류 제출이 없어서 의아했는데, 원래 당첨 후에 증빙한대. 무주택자인지, 세대주인지, 해당 지역에 몇 년 거주했는지 서류 내고 끝이었어. 그 다음엔 아파트 옵션 계약을 해야 했는데, 인테리어에 무지한 데다 미적 감각도 없어서 너무 어려웠어. 부엌 싱크대부터 거실 천장 모양까지 선택해야 하는데, 게임 캐릭터 꾸미는 것만큼 자유도가 높더라고.
돈이 문제라서 시스템 에어컨이랑 붙박이장 등 최소한의 옵션만 추가했어. 근데 한 가지 실수를 했어. 모든 방에 시스템 에어컨을 추가하지 않은 거야. 혼자 살 건데 모든 방에 에어컨 필요 없지 않나 싶어서 한 방을 제외했는데, 나중에 집 팔 때 마이너스 요소가 된대. 몇백만 원 아끼려다 놓친 부분이었지.
몇 억짜리 집을 사는데 왜 옵션 값 몇백만 원 아끼냐고? 당연히 그만한 돈이 당장 없었으니까. 자금 계획도 제대로 안 세우고 무턱대고 청약 넣은 거지. 무모한 사람이 바로 나였어.
자금 마련의 어려움
아파트 청약 당첨 후에 필요한 자금은 크게 세 부분이야:
- 계약금 10~20%
- 중도금 대출 60%
- 잔금 30%
당장 급한 건 계약금이었어. 3년간 일하면서 모은 돈이랑 내일채움공제로 받은 돈을 합쳐서 계약금을 냈어.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다니는 청년의 장기 근속을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는 제도로, 2년 참여하면 총 1,200만 원을 돌려주는 고마운 제도야.
계약금 몇천만 원을 내고 나니 중도금 대출이 기다리고 있었어. 이건 입주 전에 5~6회에 걸쳐서 나눠 내는 건데, 분양사와 협의한 은행에서 진행해서 따로 알아볼 필요는 없었어. 신용불량자가 아니면 대출은 다 나온대. 계약금 내고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었는데 다행이었지.
난 서민 실수요자 조건을 충족해서 중도금 대출을 50%가 아닌 60%로 받을 수 있었어. 이자는 후불제고, 잔금은 입주할 때 내니까 당장 더 낼 돈은 없었지. 계약금 내고 4개월 뒤에 1차 중도금 대출이 실행됐다는 문자가 왔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진행돼서 신기했어.
그렇게 반 년에 한 번씩 분양가의 10%씩 대출금이 쌓여갔어. 금리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1회차 금리가 4.76%), 청약에 당첨된 거니까 이 정도 이자는 감당하자 싶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대단지 아파트에 입주할 생각에 들떠 있었지.
예기치 못한 상황 변화
근데 얼마 안 가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졌어. 전염병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잡으려고 금리를 계속 올렸어. 한국도 따라가면서 내 중도금 대출 금리가 **6.86%**까지 올랐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
"연준? 파월? 빅스텝은 또 뭐야?"
원래는 입주 전까지 잔금을 모으려 했는데, 상황이 이래서 중도금 대출을 가능한 한 많이 상환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어. 경제 뉴스를 매일 아침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지. 제롬 파월 의장이 동네 아저씨처럼 익숙해졌고, 금리 인상 같은 개념도 손에 잡히더라. 대출 금리 7%를 앞두니까 금융에 무지한 나도 각성하게 됐어.
예전에 신용대출 받을 때는 금리 0.1~0.2%에 크게 신경 안 썼는데, 대출 금액이 억대가 되니까 소수점 차이도 크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대출금 중도 상환을 하려고 예금, 적금을 다 해지했어. 그중에는 개인형 퇴직연금 IRP도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중도 해지로 세액공제 혜택을 다 토해냈지. 20~30대는 목돈 필요한 일이 많으니까 장기 저축 상품 가입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실감했어.
주식의 위험성
사실 처음부터 무턱대고 청약 넣은 건 아니었어. 믿는 구석이 있었거든. 회사에서 받은 주식을 팔아서 잔금을 마련하려 했어.
근데 그 주식이 말 그대로 나락으로 갔어. 공모가 대비 하락률이 -50%를 넘어가니까 팔 엄두가 안 나는 거야. "길게 보면 우상향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한 걸 후회했어. 현금 보유의 중요성을 깨달았지.
그러면서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주시하고, 투자자의 마인드를 갖게 됐어. 네이버 금융이랑 DART를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용어도 하나씩 공부하면서 언제쯤 돈을 뺄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전에는 몰랐던 세계가 보이더라.
마지막 카드
이렇게 공부는 계속하지만 당장 돈을 마련할 뾰족한 수는 없었어. 그래서 마지막 카드로 퇴직금 중도인출을 생각하게 됐지. 20대에 이걸 할 줄은 몰랐는데. 퇴직금은 아무 때나 뺄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 다행히 '무주택자의 주택자금 마련'이 중도 정산 사유에 있어서 가능했어.
퇴직연금 설명서를 뒤늦게 정독하면서 고민하고 있어. 주변에서 퇴직금은 건드리는 거 아니라던데,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려면 신중해야겠지. 중도금 대출이 진행될 때마다 금융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반성하게 돼. 경제 도서도 몇 권 있고 뉴스레터도 구독하는데, 내가 아는 건 겉핥기였더라고. 실전에 적용할 생각을 못 한 게 문제였지.
미래를 향한 다짐
팔자에도 없던 자금 영끌을 실천하는 건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아. 하루하루 성장하는 기분이야.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가 있으니까 머리 아픈 일도 즐기며 헤쳐나갈 자신감이 생겼어. 지금의 노력은 잔금 때 몰아서 지불할 이자보다 값질 거야.
입주까지 아직 1년 넘게 남았고, 앞으로 내야 할 중도금도 많아. 매일 아침 뉴스 볼 때마다 살 떨리지만, 등기 치고 나면 또 어떤 배움이 기다릴지 기대되기도 해. 운 좋게 20대 후반에 튜토리얼을 겪었으니, 30대 땐 본게임을 더 즐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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