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모어 위스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근데, 그전에 말이지, 피트(peat)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부터 하고 넘어가자.
피트? 그게 뭐냐고?
피트는 별거 아니야. 그냥 석탄 되기 전 단계의 연료일 뿐이지. 스코틀랜드에서 주로 쓰고, 우리나라 태안에서도 피트가 나온다고 하더라. 근데 이걸 그냥 쓰는 게 아니고, 말려서 물기 빼고 태워야 연료로 쓸 수 있어. 옛날에 장작 구하기 힘들 때 이걸로 난방도 했다고.
웃긴 건, 피트 먹을 수 있다는 거. 척박한 지역에서는 곡물에 피트를 섞어 먹기도 했어. 북한에서는 국수나 떡에 섞어서 양을 불리기도 했다더라. 맛? 묻지 마. 생존이 우선이니까.
피트 위스키의 등장
그래, 이 피트가 바로 피트 위스키에서 말하는 그 피트야. 대부분의 전통적인 위스키는 이 피트를 사용해서 만드는데, 특히 맥아를 말릴 때 쓰지.
맥아가 뭐냐면, 발아한 보리야. 이걸 발효시켜서 술을 만드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대량의 맥아를 그냥 햇볕에 말리면 쥐나 새들의 밥이 될 게 뻔하잖아. 그래서 피트를 태워서 나오는 연기로 말린다. 피트를 태운 연기로 맥아를 말리면 그 특유의 스모키 한 향이 배게 돼. 이걸 피트 처리라고 부르지.
피트 위스키의 본고장, 아일라 섬
지도 한 번 보자. 아일라 섬(Islay). 1700년대 이후,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가 유명해지면서 여기저기 증류소가 생겼고, 그 붐이 아일라 섬까지 밀려왔지. 근데 아일라에서 만든 위스키는 뭔가 맛이 다르다? 그 이유는 피트 때문이야.
아일라 섬 피트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말리는데, 덕분에 짠내 나는 바다향이 스며든 거지. 그래서 아일라 위스키는 일반적인 위스키보다 더 스모키하고 짭짤한 맛이 난다. 이것 때문에 이 섬의 위스키는 다른 곳과 차별화됐어.
보모어 증류소의 역사
자, 이제 본격적으로 보모어 이야기로 넘어가자. 보모어는 1779년에 설립된 아일라 섬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야. 이름도 해안가에 있는 증류소답게 모래 언덕이라는 뜻이야. 근데, 이 증류소의 역사가 참 기구해.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고,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까지 겪으면서 존폐 위기를 겪었지.
세계대전과 보모어
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보모어 증류소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 당시 영국은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되었고, 곡물 자원은 전쟁을 위한 식량과 군수품 생산에 우선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위스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곡물도 제한됐지. 보모어를 비롯한 많은 위스키 증류소는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었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고, 생산을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어. 당시 보모어를 소유하고 있던 제임스 무터(James Mutter)가 경영하던 증류소는 급격한 생산 감소와 함께 재정 위기에 처했어. 이 위기는 전쟁 후에도 계속되었고, 1915년에는 파산 위기까지 몰리게 돼.
제품 품질이 예전만큼 뛰어나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었지. 하지만 10년 후인 1925년, William Grigor & Son, Ltd.라는 가족 소유 회사가 이 위스키 증류소를 인수하면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어. 이 회사는 증류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 했지만, 또다시 큰 시련이 다가오지.
2차 세계대전... 또다시 같은 이유로 생산을 중단해야 했어.
전쟁이 끝난 후, 보모어 증류소는 곧바로 정상적인 생산을 재개하지 못했어.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당시 보모어를 소유하고 있던 William Grigor & Son도 증류소를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없었어. 그 결과, 보모어는 제대로 된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었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보모어는 간신히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1963년에 스탠리 모리슨이라는 양반이 인수하면서 전설의 시작이 됐지.
보모어, 향수 냄새 위스키?
스탠리 모리슨의 아들 브라이언 모리스는 바닷가 이미지에 착안해서 갈매기 라벨을 만들어 팔았고, 제작 방식도 바꿨다는데 어떻게 바꾼 건지는 아무도 몰라. 다만, 그 시절 보모어는 특유의 피트함과 함께 라벤더 같은 꽃 향기가 났어.
이 독특한 향 덕에 일부 매니아들은 열광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싫어했지. 심지어 FWP(French Whore Fragrance), 즉 프랑스 창녀 향수라고 욕을 먹었어. 역시 영국인답게 프랑스를 끌어들여서 까는 거 보면 참... 그만큼 향이 독특했다는 거야. 호불호는 갈렸지만, 코어층을 노린 전략은 통했어. 하지만 이 위스키가 점점 대중적인 맛으로 바뀌기 시작했지.
산토리 인수와 변화
보모어가 산토리에 인수된 과정도 꽤 흥미로워. 1963년에 스탠리 모리슨이 보모어를 인수하고 나서 약 30년 동안 보모어는 Morrison's Bowmore Distillery Ltd.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어. 그런데 1994년에, 일본의 대형 주류회사 산토리가 이 보모어 증류소를 인수했어.
사실 산토리는 이미 1980년대부터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어. 그들은 일본에서 스카치 위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직접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를 소유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거지. 그 과정에서 보모어는 산토리의 눈에 들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1994년 완전 인수를 하게 됐어. 이로써 보모어는 스코틀랜드 전통 위스키이면서도 일본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독특한 위치에 서게 된 거야
산토리가 인수한 이후, 보모어는 원래의 호불호 강한 스모키한 맛에서 좀 더 대중적인 맛으로 변화를 겪었어. 산토리의 목표는 좀 더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을 내는 위스키로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했지.
결국 산토리는 보모어를 더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고, 오늘날의 보모어는 여전히 아일라의 피트 위스키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특유의 부드럽고 밸런스 있는 맛 덕분에 다양한 팬층을 형성하게 되었어.
옛 보모어의 귀한 몸
참 재밌는 게, 옛날엔 안 팔리던 모리슨 시절의 보모어가 지금은 웃돈 얹어 거래되는 귀한 술이 됐다는 점이야. 모리슨 시절부터 있던 원액으로 만들어진 위스키, 블랙, 화이트, 골드 보모어는 출시 당시에 병달 200달러, 30만원 정도의 가격이었지만 그 희귀도 때문에 지금은 한국 돈으로 3천만 원 넘게 거래된다고. 트릴로지 시리즈는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설명해볼게.
그 시절 갈매기 라벨이 붙은 보모어는 한 병에 100만 원 정도야. 예전에 10만 원도 안 하던 술이었는데 말이지.
현재의 보모어
지금의 보모어는 여전히 산토리 스타일로 밸런스 잡힌 아일라 위스키야. 피트향도 적당히 있으면서, 셰리통 숙성 덕에 부드러운 맛도 있어. 피트 위스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한테 딱 좋다고 할 수 있지.
굴과 피트 위스키? 기막힌 조합!
특히 보모어는 굴과의 페어링으로 유명해. 굴 껍질 위에 보모어를 뿌려서 같이 먹는 건 좀 특이한 경험이지만, 한 번쯤 해볼 만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말이지. 해산물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다크 초콜릿과도 궁합이 좋으니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아.
이렇게 보모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어. 역시 위스키는 역사가 깊을수록 매력이 넘치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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