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전, 란> 감상평 후기

 

‘전,란’은 정말 불편한 영화다. 말 그대로 보기 내내 불협화음이 팍팍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기본 줄거리는 서로 다른 신분의 두 남자, 천영(강동원)과 종려(박정민)가 임진왜란이라는 혼란 속에서 갈등과 오해로 인해 결국 원수가 되는 이야기다. 우정과 복수라는 클래식한 서사를 갖고 있지만, 문제는 이게 단순한 우정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천영과 종려가 함께 검을 나누고 수련하는 장면은 우정이라고 하기엔 꽤나 퀴어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가 종려 가족을 욕하는 모습, 또 종려가 천영에게 검을 꽂으며 침울한 표정을 짓는 장면을 보면, 오히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들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묘하게도 둘이 대화로 풀면 되지 않나 싶은 순간들이 연달아 나오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게 정말 감독이 의도한 걸까, 아니면 각본가 박찬욱이 끼어들면서 이런 느낌이 생긴 걸까?

 

불협화음은 서사 구조에서도 터진다. 선조(차승원)가 천영과 종려의 갈등에 직접적인 악당으로 등장하지 않고, 중간중간 영향을 주는 빌런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선조가 천영과 종려의 갈등을 촉진시키긴 하지만, 어쨌든 갈등의 본질은 천영과 종려의 서로에 대한 오해에 있다.

 

선조는 양반-노비 신분제와 왕권에 꽉 묶인 인물로, 대동계를 잔인하게 짓밟고 몽진을 나가면서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라고 명령하는 등 권력을 향한 집착으로만 그려진다. 천영과 종려가 신분제 위에 우정을 쌓아올리는 모습이 선조에게는 그저 위험한 반항으로 보일 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선조가 천영과 종려의 갈등에 끼어들면서 오히려 비중이 애매하게 커진다는 점이다. 종려는 본래 천영을 향해 복수심을 품고 있지만, 천영은 선조에게 복수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둘의 갈등 구도가 천영과 종려 간 대립이라기보다는 선조와 천영의 싸움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결국 선조가 둘의 갈등을 끌어가는 메인 악당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서사가 흐릿해지고, 본래 간접적인 빌런이어야 할 선조가 이상하게 비중이 커지게 된 거다.

 

이쯤 되면 도대체 이 영화가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도 헷갈린다. 천영과 종려의 애증 어린 브로맨스와 오해를 풀고 적을 향해 손을 잡는 감동적인 결말을 원한 건지, 아니면 선조라는 권력자에게 분노와 혐오를 느끼게 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건지 애매하다.

 

이 영화, 분명 뭔가 하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이도저도 아닌 것 같아 쉽게 감정 이입하기가 힘들다. 결론은, 이 영화는 신분을 넘어선 우정도, 정치적 메시지도 어중간하게 섞여서 감정의 혼란만 남기는 영화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