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1부>를 보고 나면 한 가지 확실해진다. 이건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불리게 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세상이 그녀를 그렇게 몰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다. 영화가 끝난 뒤 머릿속에 남는 건 단 하나, 악당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마법사의 제안을 차버린 엘파바, 이유는 간단하다
마법사가 에메랄드 시티에서 편히 살라고 유혹하며 안전, 권력, 심지어 친구 글린다와 함께 지낼 기회까지 제안했을 때, 엘파바는 단칼에 거절한다. “왜?”라는 질문이 필요할까? 마법사가 아무 능력도 없는 사기꾼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엘파바가 그의 꼭두각시가 될 이유는 없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행복보다 말하는 동물들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걸 배신하는 건 그녀 자신을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녀가 선택한 건 불의에 맞서는 길이었다. 오즈의 대부분이 마법사를 신으로 떠받들며 살아가는 동안, 엘파바는 홀로 진실을 알고 있었고, 그걸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다 마법사의 편에 서는 건 말 그대로 “악당 편”에 서는 것과 같았으니, 그녀의 답은 명백했다.
왜 하필 서쪽? 이유는 명백하다
“Defying Gravity”에서 엘파바가 외친다. “나를 찾고 싶다면 서쪽 하늘을 봐라.” 근데 왜 서쪽일까? 사실 영화는 이 질문에 힌트를 살짝 던져준다. 서쪽, 빈쿠스 지역은 험준한 지형과 에메랄드 시티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마법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말 그대로, 숨기에 딱 좋은 장소.
하지만 서쪽으로 간 진짜 이유는 단순히 도망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엘파바는 서쪽에서 “사악한 마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삶, 권력에 맞서고 약자들을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숨으면서도 싸우는, 완벽한 위치를 찾은 셈이다.
모리블, 진짜 악당은 누구냐?
모리블이야말로 <위키드>의 숨은 진짜 악당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엘파바를 철저히 조종했다.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엘파바를 이용한 것뿐이다. 마법사가 엘파바의 능력을 보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녀를 이용해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만들어냈다.
모리블의 가장 소름 끼치는 점은 뭐냐고? 바로 그녀의 계획이 완벽히 성공했다는 거다. 그녀는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로 만들었고, 자신과 마법사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관객은 결국 모리블의 손에서 놀아난 엘파바를 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다.
마법사를 숭배하는 오즈민들, 대체 왜?
오즈민들은 왜 이렇게 마법사를 숭배하냐고? 사실 이건 예언 때문이다. 마법사가 나타나 그리머리를 읽자, 오즈민들은 그가 예언된 구원자라고 믿었다. 하지만 진실은? 엘파바가 그 예언 속 주인공일 가능성이 더 높다. 마법사는 운 좋게 타이밍을 맞췄을 뿐이다. 결국, 오즈민들의 믿음은 오판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딜라몬드 교수, 엘파바의 분노를 깨우다
딜라몬드 교수가 강제로 끌려나가는 장면은 엘파바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단순히 정의를 추구하는 학생이 아니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 전사가 된다. 딜라몬드 교수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엘파바의 신념과 그녀의 삶을 뒤흔든 핵심 사건을 상징한다.
1부의 결말, 그리고 2부의 시작
<위키드 1부>는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며 끝난다. 그러나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법사의 편에서 “사악하다”고 낙인찍히며 쫓기게 된 엘파바는 <위키드 2부>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려 한다. 그녀는 말하는 동물들을 지키고 억압에 맞서 싸우지만, 세상은 그녀를 적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도로시가 오즈에 등장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해진다.
진짜 질문: 엘파바는 악당인가?
<위키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거다. 엘파바는 정말로 사악한 마녀일까? 아니면 세상이 그렇게 몰아갔을 뿐일까? 영화는 답을 명확히 주지 않는다. 하지만 엘파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는 선천적인 악당이 아니라 억압과 차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한 영웅임을 알게 된다.
결국 <위키드 1부>의 엔딩은 엘파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과, 그녀를 끝까지 오해할 세상을 향해 그녀가 내미는 당당한 선언이다. “나를 사악하다고 부르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나대로 간다.” 2부에서 엘파바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이제부터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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